
솔직히 저는 연애할 때 돈을 합치는 걸 정말 싫어했습니다. 사랑하는 사이에 월 얼마씩 모아서 쓰는 게 마치 동아리 회비 내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때의 저는 좀 어렸던 것 같습니다. 지금 결혼해서 돌이켜보니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면 그때부터라도 돈을 합쳐서 관리했더라면 훨씬 효율적으로 모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동관리, 정말 각자 관리보다 나을까
부부 재테크를 검색하면 공동 관리와 각자 관리에 대한 의견이 정말 다양합니다. 각자 관리가 편하다는 분들도 있고, 공동 관리가 투명하다는 분들도 있죠. 저희는 남편이 월급을 받으면 자동이체 금액과 남편 용돈만 남기고 나머지를 제 계좌로 전부 넣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남편이 저한테 다 맡겨준 셈인데요.
실제로 써보니 확실히 돈이 모이는 속도가 다릅니다. 연애할 때는 각자 알아서 쓰다 보니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서로 몰랐고, 솔직히 데이트 비용도 정확하게 나눠 내려다 보니 오히려 더 많이 쓴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한쪽으로 돈이 몰리니까 생활비도 쓰고 저축도 하고 투자도 하면서 전체적인 흐름이 한눈에 보입니다.
물론 모든 부부에게 이 방식이 맞는 건 아닐 겁니다. 어떤 분들은 각자 벌어서 각자 쓰는 게 더 편할 수도 있죠. 다만 제 경험상 확실하게 목돈을 모으고 싶다면 한 명이 통합 관리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습니다. 특히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누군가는 육아휴직을 하게 되고 소득이 줄어드는데, 그때 가서 갑자기 돈을 합치려면 정말 복잡해집니다.
중요한 건 부부끼리 충분히 대화하는 겁니다. 용돈은 얼마로 할 건지, 저축과 투자 비율은 어떻게 가져갈 건지, 누가 관리하는 게 더 나은지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먼저입니다. 남이 좋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 했다가 본인 상황에 안 맞으면 돈 관리도 안 되고 부부 사이도 어색해질 수 있으니까요.
투자 전략, 계좌는 어떻게 나눌까
맞벌이 부부라면 투자 계좌를 어떻게 운용할지도 고민이 됩니다. 각자 ISA 계좌를 만들어서 연 2천만 원씩 채우는 방식도 있고, 한 명의 미국 주식 계좌에 몰아서 관리하는 방법도 있죠. 저희는 둘 다 ISA 계좌에 월 160만 원씩 자동 이체해서 나스닥을 사고 있고, 추가 투자는 제 미국 주식 직접 투자 계좌에서 진행합니다.
왜 남편 계좌가 아니라 제 계좌로 몰았냐면, 미국 주식은 연 250만 원 이상 수익이 나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계좌를 나눈다고 해서 절세 혜택이 크게 늘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ISA는 최소 3년 유지하면 200만 원까지 비과세에 그 이상은 9.9% 저율과세를 해주니까 이 혜택을 받으려고 각자 계좌를 운용하는 거죠.
제가 직접 해보니 투자는 한쪽으로 몰아서 관리하는 게 훨씬 편했습니다. 저희는 30대 부부라서 결혼 전부터 어느 정도 주식 계좌가 있었는데, 남편은 투자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사다가 손절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제 계좌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개별 종목 위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투자 비율은 보통 60% 투자, 40% 저축으로 가져갑니다. 주식 시장이 하락장일 때는 투자 비율을 80~90%까지 높이기도 하는데,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50대 50이나 60대 40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처음 투자해보시는 분들은 한 번 넣으면 불안하니까 50대 50을 추천드립니다.
저축은 증권사 예수금으로 놔두는데, 제가 쓰는 증권사는 RP로 돌려서 연 3.5% 이자를 줍니다. 달러가 있으면 SGOV라는 미국 단기채 ETF에 넣기도 하고요. 이렇게 현금도 불리면서 투자 기회를 기다리는 겁니다.
연말정산, 카드 몰아주기는 정답일까
연말정산 시즌만 되면 소득 높은 사람 카드로 몰아 쓰라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카드 공제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건데요, 이게 모든 부부에게 다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카드 공제는 연봉의 25%를 초과하는 금액부터 시작되거든요.
일반적으로 카드 몰아주기가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우리 부부가 한 달에 얼마를 쓰는지 먼저 확인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카드 앱에 들어가면 소득공제 예상 금액이 나오는데, 저도 최근에 알았습니다. 남편이랑 같이 앉아서 각자 카드 사용 내역을 체크해보니 생각보다 카드 사용액이 적더라고요.
왜냐하면 우리가 돈을 가장 많이 쓰는 부분이 주거비인데, 월세나 관리비는 보통 계좌이체로 나가잖아요. 그래서 카드비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한 명이 너무 잘 벌어서 아무리 써도 25%를 채울 수 없다면, 소득이 적은 쪽으로 몰아주는 게 낫습니다. 소득이 비슷비슷하다면 조금 더 높은 사람에게 몰아주면 공제 금액이 더 많아지고요.
저희는 소비를 워낙 아껴서 카드 공제를 둘 다 못 받는 편입니다. 대신 연말에 연금저축이랑 IRP를 최대치로 채웁니다. 매달 조금씩 넣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그러면 매달 빠지는 게 귀찮고 어차피 20~30년 하는 거니까 12월에 한 번에 채우는 게 저희한테는 더 편했습니다.
결국 연말정산도 우리 부부 상황에 맞춰서 전략을 짜야 합니다. 소득이 너무 큰 사람은 연금저축이나 IRP 같은 세액공제 항목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낫고, 카드 소비가 많은 부부라면 몰아주기도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저희는 매월 초 주말에 결산 데이를 만들어서 자산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어디에 투자했는지, 가장 많이 쓴 곳은 어딘지 함께 확인합니다. 엑셀로 자산 관리표를 만들어 뒀는데, 가계부 앱에서 한 달 사용 내역을 엑셀 파일로 받아서 복붙하면 5분 만에 끝납니다. 매일 가계부 쓰는 건 솔직히 귀찮거든요.
이렇게 관리하니까 1년 정도 지나니 순자산이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물론 아이 낳고도 맞벌이를 유지했고, 올해 주식 시장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요. 확실히 빨리 관리를 시작할수록 돈이 더 빠르게 모이는 것 같습니다. 뭔가 매달 퀘스트를 깨는 기분이랄까요.
신혼부부라면 고정 지출부터 정리해보시고, 간단한 가계부로 부부 결산 데이를 만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결혼 생활이 훨씬 투명해지고 재밌어집니다. 둘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느낌이 들거든요. 이 글이 내 미래 배우자나 지금 고민 중인 신혼부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